그리고 종말이 물러난 지금, 겁없이 떠난 초보 모험가 수가 늘어난만큼 용머리전진기지의 부상자 수도 연신 고점을 찍고있었다. 그나마 주변을 돌아다니는 드래곤 족의 졸개 같은 위험한 적과 싸우다 다친게 아니라 다행이다만, 덕분에 기지에 머무는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줄어두는 약품은 덤이다.
…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물자 보충이 필요해질 때였다. 커르다스를 찾는 모험가가 더 늘어나게 되면, 그때는 이런 잔부상을 입는 이들이 줄어들게 될까? 고참 모험가들에게 약재 조달 의뢰를 넣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며, 기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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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일이다만, 동토에도 봄은 찾아오기 마련이였다. 다른 지역처럼 겉보기에 확연히 차이가 나지는 않더라도, 겨울과는 차이가 있다.
해가 닿는 쪽 사면의 눈이 녹아 소규모로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하고, 양 옆이 얼어붙은 길을 지나다보면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쌓인 눈이 전만큼 단단하지 않다던가, 그 때문에 발이 빠져 부상을 입는 일이 생긴다던가. 이 탓에 커르다스 지역에 온지 얼마 안 된 신참모험가들이 한창 다치는 계절이기도 했다.
… 이번 신년에는 칼에게 나무를 조각해 일각수 모양을 선물해줘볼까. 기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꽤 괜찮은 생각같아서, 그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이 다 끝나면 들어온 목재 중에 질이 괜찮은게 있는지 보러가야겠다. 일정을 정리하며 그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포르탕 가의 상징은 뿔이 하나 달린 일각수로, 그의 방패에도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쇠약해져서 거동이 불편해지시기 전까지는 그에게 나무를 깎아 여러가지를 자주 만들어주시곤 하셨다. 그 중 가장 많이 만들어주셨던 게 바로 일각수였다. 포르탕 가의 상징이라 그랬던건지는 모르겠으나, 당시의 그는 어머니가 작은 칼로 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모습이 신기했었다. 옆에서 조르고 졸라 배운 적도 있을정도로.
그러고보니, 곧 말이 상징인 한 해가 온다며 3국이 축제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슈가르드는 신년 축제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지만, 모험가가 많이 들리는 용머리 전진기지에서는 쉽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별빛 축제 바로 다음에 신년맞이 축제라니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나저나 말이라. 말이란 존재는 그에게는 꽤 친숙한 존재였기에 상념이 계속되었다. 기사는 서류를 보다말고 턱을 괴었다.
베히모스가 갑자기 나타나는 일이 아닌 이상 지휘관이 하루정도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운다고해도 큰 문제는 없을터다.
그러면… 돌아가자마자 칼의 일정을 물어봐야겠군. 그에 맞춰 휴가를 내면 하루정도는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리라. 연말 휴가계획을 짜면서 오르슈팡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포르탕 저택을 향했다.
뭐, 자세한 사정은 아이메리크 경과 그 휘하의 의원들이 알고있을테지만.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이 거기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에테라이트 광장에 설치된 커다란 나무는 과연 누구의 의견인걸까. 곳곳에 휘감긴 장식들을 바라보던 오르슈팡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용머리 전진기지는 여전히 외부와 교류하는데에 있어 중요한 중추역할을 하고 있으나, 요즘같이 정세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커르다스에 처음 발을 들이는 모험가들로 인해 종종 벌어지는 사건사고들도 에마넬랭과 휘하의 기사들로 충분히 수습이 가능했고.
그러고보니 별빛축제 기간이었던가. 정기보고를 위해 간만에 성도를 찾았더니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이 낯설었다. 천년간 이어져오던 전쟁이 끝난 뒤에도 풀어진 분위기로 축제가 열리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화려한 장식을 달고 거리를 꾸미지는 않았었기에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하긴, 그때는 물자도 부족하고 니드호그의 잔당도 남아있던 시기이니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별빛축제는 기원이 이슈가르드가 아니던가. 옆 도시국가에서는 시장을 연다고하니 종주국의 입장에서 질 수 없었던 모양이리라. –하고 오르슈팡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