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osts by 앉아서 달린다
엄마가 병어조림 먹고 싶다고 하셔서 병어조림 처음으로 해봤다. 문제는 고춧가루나 후추를 안 쓰고 비린내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항암하면서 입안 점막이 다 상해서 매운 걸 못 드시는 상황) 하필 대파도 없다고? 하아.. 그치만 나에겐 마늘과 술이 있었으니 그걸로 휘리릭 마법을 부려보았다. 맛있네?
다음 주부터는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다. 항암이 무사히 끝나서 기쁘고 잘 버텨준 엄마가 장하다. 주 보호자로 이름을 올리고 매일매일 함께하고 있는 나도 보람이 있다.
아 저도 여름에는 내내 바깥에 나와 있는 기분이에요. 얼른 창문 닫고 굴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선생님, 무더위에 잘 지내시길..안부 인사 보내요ㅎㅎ)
매일 엄마에게 가서 점심 해드리는데 이제 메뉴가 고갈되어 간다. 여름에는 보통 불 쓰는 음식은 못했는데 환자를 잘 먹이려다 보니 더위가 문제냐. 내일은 또 뭘 해드릴까 하는 단순한 생각만 하는 단출한 일상.
어젯밤 크고 둥근 달이 싱긋 웃음 짓고 있는 걸 본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꽤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긴 했다. 새벽 5시에 집에서 나가 본가에 가서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도착한 게 6시 반 무렵이었는데 저녁에 병원에서 나온 때가 6시 반이었다. 엄마는 꼬박 10시간 동안 주사를 맞았다. 무섭고도 놀라운 항암의 세계를 보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달을 향해 달리게 되어 있다. 언뜻 본 달이 웃고 있어서 내가 이제 미쳤구나 싶었는데 다시 보아도 달은 분명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싱긋.
무서운 날씨였다. 내일은 오전에 두세 시간만 수확하기로 했다.
수확철이 절반쯤 지났을까? 올해도 이런저런 일들이 터지고 있는데 어제는 배달하러 나갔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타이어 펑크남. 천천히 길가로 나가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가 보험회사 긴급출동에 전화했다. 둥근머리가 달린 쇳조각이 타이어에 박혀 있었음. 여름씨가 요즘 우리 상황을 한마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허둥지둥!
일하다 뒤돌아보니 냥이가 자고 있다. 부럽네.
슬픈 일도 있고 날도 덥고 힘들지만 블루베리가 통통하게 익어간다. 예쁘고 맛있다.
6개월 동안 기다렸던 날이다. 꽃단장하고 가고 싶었지만 좀 덜 더운 오전에 밭일하고 가느라 땀에 젖은 옷에 모자 쓰고 다녀왔다. 읍사무소 2층 기표소 안에서 좀 떨렸다.
고00이 누군지 단박에 알아듣게 되는 게 씁쓸해요. 한때 좋아했는데..
네 블루베리입니다. 열매가 아주 귀엽죠! 🫐🫐🫐🌿
벌들이 도와준 덕분에 열매가 잘 맺혔다. 오종종 모인 아기새들이 입을 벌린 것처럼 귀여운 이 품종의 이름은 한나초이스. 지금은 이래도 곧 엄청 커진다. 조생종이라 가장 먼저 수확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품종이다. 꽤 달고 우아한 맛을 가졌다. 키우기 까다로워서 취미재배 말고는 한나를 키우는 농장이 거의 없다고 한다.
꽃이 지천인 작업 환경...좋지만 벌들이 자꾸 내 얼굴로 달려든다.
나는 한국의 노동 현장에서 파견업이 무리하게 확장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 이 사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아픔이, 우리 사회가 더 위험해지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계속 붙들어내면서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임자운(변호사)
“음악가에게 망원경을 주면 우주의 비밀에 대하여 작곡할 수밖에 없다는데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것을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쥘 게 없는 손으로 주먹을 쥐는 나날입니다”
- 김소연 <스웨터의 나날> 중
요즘 오전엔 책상에서 교정지를 읽고 오후엔 밭에 가서 나무를 읽는다.
오늘도 꽃을 많이 잘랐다. 너무 조금 잘랐나? 너무 많이 잘랐나? 적당한 정도를 고민하는 나에게 여름씨가 말하길 1교 교정본다고 생각하고 되는 대로 하래. 자기가 2교 본다고..ㅎㅎ
한량님의 책읽기를 따라가다가 발견하게 되는 책이 많은데 그중 하나였다. 프리모 레비와 장 아메리의 책이 번역된 건 거의 다 읽었는데 이 책 참고문헌을 보니 더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 특히 장 아메리 책은 더 읽고 싶다. 그에 관한 책도.
투지가 차오른다.
벌들도 매일 온다.
이파리가 무성해지고 있다. 봄볕에 많이 그을렸는데 손목에는 다시 검은 띠가 생겼다. 셔츠 소매와 장갑 사이 틈으로 매일 햇볕이 내려앉는다.
베갯잇으로 상품 검색하니까 검색결과가 없다고 한다. 베개커버였음. 옛날사람..
친구의 번역서가 출간됐는데 작품해설 끝에 붙은 역자후기 읽다가 내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후후 기분 좋다.
집에 오니까 시원하던데 밭은 뜨거웠다
나는 오늘부터 여름 시작했다. 너무 더워서 일찍 퇴근함.
오늘은 좀 덥지만 올해도 블루베리꽃은 어여쁘고
버터플라이 라넌 예쁘다 밖에도 꽃이 많지만
연암의 글을 좋아하다가 박희병 선생님을 알게 됐고 그의 인도로 이언진의 호동거실까지 오게 되었다.
이언진의 시집 <호동거실>에 대한 평설인데 170수의 시 중 아직 70수도 못 봤는데 벌써 플래그를 이렇게나 많이 붙였다. 시집만 읽을 때는 이렇게까지 재미있는 줄 몰랐는데 역시 박희병 선생님의 해설이 너무 좋다.